“Claude Code에게 JSON API 엔드포인트를 작성해달라고 하면, 올바르게 작성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이상 모든 코드를 검토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Django 공동 창시자이자 개발자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목소리인 Simon Willison이 썼다.
Willison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제목은 “Vibe coding and agentic engineering are getting closer than I’d like”다. 직역하면 “바이브 코딩과 에이전트 엔지니어링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핵심이다. 그가 불편해하는 건 그 수렴 자체다. 두 패러다임의 경계가 흐려지는 속도가 자신이 생각을 정리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도 포함해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2025년 초 AI 연구자 Andrej Karpathy가 명명한 개념이다. AI에게 결과물만 요청하고, 코드 품질이나 내부 구조는 신경 쓰지 않는 방식이다. 코드를 읽지 않는다. 프로그래머가 아니어도 된다. 동작하면 그만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에이전트 엔지니어링(Agentic Engineering)’은 보안, 유지보수, 성능을 고려하며 AI 에이전트를 책임 있게 활용하는 전문 엔지니어의 작업 방식이다. 코드를 읽고, 이해하고, 책임진다.
이 둘은 설계 철학부터 다르다. 그런데 Willison은 자신의 일상 작업 안에서 이 두 패러다임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이유는 AI 도구의 신뢰성 향상이다. Claude Code가 특정 종류의 코드를 “올바르게 작성한다는 걸 안다”면, 그것을 매번 검토하는 행위는 낭비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더 큰 조직에서 다른 팀의 서비스를 완전히 감사하지 않고 사용하듯, AI가 만든 코드를 일종의 ‘신뢰하는 블랙박스’로 취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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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꺼낸 개념이 “일탈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Deviance)”다. 경고를 무시해도 괜찮은 상황이 반복되면, 경고 자체에 무감각해진다는 사회심리학 개념이다. AI 코드를 검토하지 않아도 매번 잘 동작한다면, 그 패턴은 강화된다. 정작 검토가 필요했던 딱 한 번의 순간에 눈을 감게 된다. Willison은 이걸 명시적으로 불편해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이 솔직함이 이 글을 단순한 기술 예측글 이상으로 만든다.
코딩 속도의 변화도 이 이야기에 중요하다. AI 도구를 쓰면서 하루에 작성 가능한 코드량이 200줄에서 2,000줄로 늘어나면, 소프트웨어 개발의 병목이 코딩 속도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설계, 테스트, 배포, 검토 — 코드 이외의 모든 것이 새로운 병목이 된다. Willison은 설계 프로세스 자체도 덜 엄격해질 수 있다고 예측한다. “비용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잘못 만들어도 다시 만들면 된다”는 계산이 성립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품질을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테스트 커버리지, 문서화 수준, 코드 리뷰 여부 같은 전통적인 지표는 AI가 작성한 코드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Willison이 제안하는 대안은 실제 사용 경험이다. “2주간 매일 사용한 바이브 코딩 결과물이 방금 만든 것보다 더 가치 있다.” 시간이 증명한 동작 안정성이 코드 품질 지표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커리어 위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 AI 도구는 “기존 경험의 증폭기”라고 그는 본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소프트웨어 조직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엔지니어가 하는 일의 성격이 바뀐다. 코드를 직접 쓰는 시간이 줄고, 코드를 판단하고 방향을 잡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전환이 편안한 사람에게는 기회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재적응이 필요한 구간이다. Willison이 이 글을 쓴 이유는 아마 자신이 그 한가운데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 많은 개발자가 자신의 작업 방식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글이, 화려한 AI 기능 소개보다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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